ME/CFS와 함께하는 우리의 이야기: 엄마와 딸의 대화
By Tina and Lottie Mincher
ME/CFS를 앓기 전, 제 딸 로티의 일상은 여느 십 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고, 약속을 잡고, 앞으로 펼쳐질 삶을 자유롭게 꿈꾸는 평범한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감염을 겪은 뒤 딸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조금씩 어려워지더니, 어느새 할 수 없게 되는 일도 생겼습니다. 학교생활을 이어 가는 것부터 버거워졌고, 샤워하는 일조차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 평범한 일상 활동만으로도 몸 상태가 나빠지곤 했습니다.
엄마인 저는 딸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 모습을 지켜봐 왔습니다. 하루하루를 보내는 데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한지, 그 노력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할 때 딸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도 곁에서 보아 왔습니다. ME/CFS는 로티의 삶뿐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변화도 딸이 지닌 고유한 모습과 가치를 빼앗지는 못했습니다.
ME/CFS란 무엇인가요?
ME/CFS(근육통성 뇌척수염/만성피로증후군)는 신체 여러 체계에 영향을 미치며 환자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질환입니다. 여러 의학 연구에서 ME/CFS 환자의 삶의 질은 다른 만성질환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보고되며, 다발성 경화증이나 심부전, 말기 암보다도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질환은 일상생활의 자립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내지 못하는 상태와 함께 지속적인 통증, 브레인 포그(인지 기능 저하 및 멍한 느낌), 극심한 탈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운동 후 권태감(Post-Exertional Malaise, PEM)은 신체적·정신적·감정적으로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도 증상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피로와는 다릅니다. 삶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가족을 고립시키며, 환자가 하루하루를 버텨 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 가게 만드는 심각한 신체적 고통입니다.
저희는 함께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로티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질문을 건넸습니다. 딸의 경험은 다른 누구의 말이 아닌, 로티 자신의 목소리로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이야기는 제가 대신 들려주는 답변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을 로티가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로티, 사람들이 ME/CFS에 대해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로티: 사람들이 ME/CFS로 겪는 피로는 우리가 흔히 느끼는 피곤함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잠을 푹 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에요. 뼛속 깊이 파고드는 듯한 피로 때문에 내 몸이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처럼 느껴져요. 아무리 애써도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사람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로티: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어려움은 정말 많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다른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데, 나만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지켜보는 일이에요. 쇼핑을 하거나 학교에 가는 것처럼 평범한 일을 하고 싶어도 늘 몸 상태부터 살펴야 해요. ‘이걸 할 만큼 에너지가 충분할까?’,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할까?’ 하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좀처럼 누리기 어려운 일상의 순간조차 마음껏 즐기기가 어려워요.
아프기 전의 일상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인가요?
로티: 아프기 전의 삶에서 가장 그리운 건 그저 매일 학교에 가는 일이에요. 아침 7시에 일어나면서 5분만 더 자고 싶다고 생각하던 순간도 그리워요. 매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수업이 너무 지루해서 시간을 보내려고 손에 낙서를 하던 순간도 그리워요. 그 모든 평범한 일상이 다 그리워요.
어떤 일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나요?
로티: 예전의 내 모습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일을 할 때 힘을 얻어요. 저는 예전부터 뷰티와 패션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 스킨케어를 하고 잠옷도 갈아입어요. 외출할 때는 예쁘게 옷을 입고,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액세서리도 챙겨 착용해요. 물론 ME/CFS를 앓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아요. 다만 저에게는 이런 일들이 기분을 나아지게 하고, 저 자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줘요.
ME/CFS와 함께 살아가는 또래 친구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요?
로티: 이 글을 읽고 있을 다른 ME/CFS 환자들에게 꼭 말해 주고 싶어요. 분명 어딘가에는 답이 있고, 언젠가는 여러분이 꿈꿔 왔던 일들을 하나씩 이룰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
이 병을 딸에게서 없애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병을 없애 주는 것이 아닙니다. 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딸의 말을 믿고, 곁을 지키며, ME/CFS가 딸에게서 앗아 간 것들보다 딸 자신이 훨씬 더 큰 존재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로티는 질환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자신만의 목소리와 감정, 희망과 미래를 지닌 로티는 여전히 로티 자신입니다. 우리의 삶은 처음에 상상했던 모습과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딸의 가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딸이 겪는 질환과 고통은 분명히 실재합니다. 세상 밖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순간에도 딸의 목소리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어떤 청소년도 이 질환으로 인해 혼자라고 느끼거나, 자신의 상황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함께 목소리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또 다른 가족에게는 누군가 자신들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있다는 위로가 되고, 또 다른 청소년에게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 자신의 삶이 여전히 소중하다는 사실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고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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