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임상시험 참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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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1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 역사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 - 편견과 배제의 역사를 넘어

의료 서비스는 모든 이를 포용해야 함에도 지난 수십 년간 의학 연구는 전 세계 인구 절반 가까이를 간과했습니다. 2025년 2월 기쥰 전 세계 인구의 49.6%는 여성이며1, UN에 따르면 이 성비는 2050년까지 50%에 더 근접할 전망입니다.2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살지만 기대 수명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의료 서비스를 더 자주 이용하고 의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훨씬 더 높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쓰이고 있는 약물 중 다수가 승인된 1990년대 초반까지도 여성은 임상시험 참여율이 상당히 낮았습니다. 이처럼 낮은 참여율로 인해 어떤 치료법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부작용의 위험이 증가하고 여성의 니즈에 맞춘 의료의 효과가 반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성은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과거부터 임상 연구에서 제대로 표집되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의학 연구가 질병과 약물 유효성, 의료 기기에 대한 인사이트 도출에 쓰였습니다. 또 그렇게 나온 연구 결과가 충분한 근거 없이 여성에게 적용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여성의 신체 구조와 유전자, 호르몬 균형, 장기 시스템은 남성과 크게 다릅니다. 따라서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개발된 치료법이 여성에게도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 같은 대표성의 불균형은 불공평한 임상시험의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전임상 연구 중 80%를 넘는 수가 수컷 쥐 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상 시험 환자 중 여성의 비중은 22%에 불과했습니다.3 최근 몇 년 사이 성 불평등이 크게 개선되었고 의료 분야에서도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지만, 양성 간 참여 기회는 여전히 불균형한 상태입니다.

2022년에는 한 대규모 연구에서 이 점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30만이 넘는 사람이 참여한 임상시험 1,433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 참가자의 비중은 평균 41.2%에 그쳤습니다.4 이 같은 불균형은 심장학과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여성은 수년 동안 임상 연구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었습니다.

과거에 심혈관 임상시험은 주로 남성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심장병이 주로 남성의 질병이라는 오해가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편향의 결과, 심장 질환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원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치료법과 가이드라인이 개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1977년 FDA가 태아에 대한 위해 가능성을 들어 가임기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를 지양하라는 지침을 고시하면서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5 그 결과 성별에 따른 심혈관 질환의 차이는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이 문제가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임상시험과 성별 기준 약물 연구에서 여성의 역사적 맥락(성별[sex]은 전통적으로 임상시험에서 보고되는 생물학적 변수인 반면, 젠더[gender]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정체성 및 자아 인식과 관련된 사회적 구성체로 인식됨)을 고찰해야 합니다.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 역사

임상시험에서 여성이 배제된 시기는 남성이 여전히 ‘지배적’ 성으로 여겨지고 의학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이 없다시피 하던 1970년대 초입니다. 백인 남성이 ‘정상적인’ 연구 집단이라는 믿음이 팽배했고 여기에 여성은 호르몬 수치 변동 때문에 연구하기 까다로운 집단이라는 인식이 더해져 생명의학 연구에서 배제되었던 것입니다.

또 임산부가 ‘취약한’ 집단이라고 우려하는 임상의도 많았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탈리도마이드를 투여받은 임산부가 심각한 사지 결함을 지닌 아이를 출산한 탈리도마이드 비극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더욱 커졌습니다.6 이 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77년 임산부의 임상 1상/2상 시험 참여를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침은 미혼 여성, 피임을 하는 여성, 남편이 정관수술을 받은 여성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렇듯 신중한 접근 방식은 신약이나 치료법이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여러 가지 안전 문제를 야기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 들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과학 연구에 여성을 포함하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1991년에는 최초의 여성 책임자를 임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사람은 여성 건강 사업7을 출범시켜 폐경 후 여성이 주로 걸리는 여러 질환을 연구했습니다. 그럼에도 1993년 FDA가 1977년 가이드라인을 철회하고 임상시험에 여성을 포함시키는 연방법이 통과되고 나서야 여성 피험자 수가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는 1990년대 이후 개선되긴 했으나, 생명의학 연구에서는 불균형이 여전합니다. 여성은 다른 소외 계층과 함께 많은 연구에서 여전히 등록 비율이 낮습니다. 그 결과 치료에 대한 성별, 젠더별 반응의 차이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2022 식품의약품 옴니버스 개혁법(FDORA)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성 실행 계획(DAP)을 도입, 임상시험 의뢰자에게 등록 다양성을 개선하는 의무를 지우기도 했습니다.8 2024년에는 FDA가 이 같은 노력을 뒷받침하는 지침안을 발표하면서, 여러 인구 집단에서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약물 연구에서 대표성의 균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별에 따른 약물 반응 분석의 중요성

과거에는 남성의 경험이 ‘규범’이라는 시각이 있었으나, 지금은 누구나 질병의 발현과 병리 생리학, 치료 반응이 모두 성별에 좌우됨을 알고 있습니다. 일례로, 약물의 약동학은 투여하는 환자의 성별에 따라 뚜렷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약물의 분포나 대사, 배설이 남녀 간에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한 젠더에서 나타난 치료의 안전성, 효능 및/또는 부작용을 보고 다른 젠더에게 미칠 영향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음주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수분의 비중이 높습니다. 여성은 대체로 체지방율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남성의 경우 알코올 한 단위가 혈류에서 더 많이 희석되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많이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여성은 위장에서 에탄올 분해를 촉매하는 알코올 탈수소 효소가 적게 나오기 때문에 약물을 대사하고 제거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9

임상시험에 여성 참여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도입되기 전인 1992년에 처음 승인된 불면증 치료제도 좋은 예입니다.10 이 약을 복용하고 그 다음 날 밤에 남성보다 여성에게 교통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 차등적 효과의 원인을 조사하는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여성이 같은 양을 복용한 남성보다 혈류 내 활성 약물 농도가 2배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여성에 대한 권장 투여량이 즉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 사례를 계기로 성별에 따라 투여량을 조절할 필요성이 처음 제기되기는 했지만, 유사한 사례는 더 있습니다.

이 이론을 약리학적으로 폭넓게 적용한다면 약물 투여를 결정할 때 환자의 체격 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호르몬과 신진대사 차이도 고려해야 함이 명확해 집니다. 개인 맞춤 의료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이 같은 특성을 연구하고 이 중요한 생물학적 변수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은 앞으로 나올 치료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여성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치료 분야에서 임상시험 시 인종적, 사회적, 인구통계적으로 과소 표집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약물이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같은 과소 표집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발생하나, 예로부터 임상시험 시 다양성이 부족했던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주요 양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험 설계와 다양성 배려 부족
  • 잠재 환자 그룹의 임상시험의 인지도
  • 행정실무 문제, 관리 방법(예: 교통편, 육아 지원)
  • 임상시험 참여와 관련된 정서적 요인(예: 문화적 배경, 편견, 의사소통, 참여 방식)
  • 임상시험 자료(예: 동의서로 인해 여성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고자 할 때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음).

규제 당국의 대응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외 계층 모두를 위한 것

보건 당국의 규정과 지침은 임상 연구의 윤리성과 대표성을 확보하여 의학 지식의 격차를 해소하고 전국민이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 세계 규제 당국은 앞서 언급한 격차 해소를 위해 연구에서 다양성을 높일 여러 정책 수단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에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상시험에서 다양성을 증진하는 지침을 고시하여 의뢰자에게 다양성 실행 계획의 시행을 의무화했습니다. 이 계획은 소외 계층의 등록과 유지를 가로막는 장벽을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의뢰자는 성별 뿐만 아니라 인종, 민족, 연령 등 여러 인구구성 요인을 기준으로 참여도를 높일 전략을 마련하여 임상 연구가 대상 인구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다양성 및 포용성과 관련된 FDA 주요 문서가 예고 없이 정부 공식 사이트에서 삭제되었습니다.11 그 후 2025년 2월 11일자로 ‘다양성 조치 계획에 관한 FDA 지침’이 법원 명령으로 복원되었습니다.
  • 또 영국 의약품 의료제품 규제청(MHRA)과 보건연구청(HRA)에서도 임상 연구에 다양성 계획을 반영하라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12

이 같은 권고 사항들은 연구 결과가 더 많은 인구에 적용되도록 소외 계층을 포용하는 연구를 설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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